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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우리는 왜 이 말만 들으면 음성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지 모르겠다. 이름만 틀린 ‘모텔’이나 ‘여인숙’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잠을 잘 수 있는 기능적 공간인 여관이 개인의 경험이나 사회적 학습에 의해 이 공간은 단순히 잠만 자지 않는다는 공식적(?) 인정을 받는 그런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때로는 은밀한 밀실로, 또 때로는 성적 욕구의 배출구로, 아님 갈데 없는 자들의 휴식처로 존재해왔다.

아마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여관이라는 공간에 대해 적어도 한번씩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공식적인 여관 경험은 빠르면 초등학생 때, 또는 중학생 때 떠나는 수학여행에서 경험했을 것이며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 정신 없이 퍼먹은 술 때문에 의도되지 않은 하룻밤을 여관에서 보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커텐이 어떻고, 이불이 어떻고, 심지어 조명이 어떻고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하룻밤을 자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여관에 머물고 있는 상황들 때문에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었고, 단지 여관방은 그 상황을 둘러싸고 있는 폐쇄된 사적 공간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런 공간이 이제 찬찬히 둘러볼 수 있도록, 아주 친절히 드러내어 보여주는 그런 기회가 마련되었다.

작가를 만나 여관을 찍게 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처음 전시 포스터를 보고는 참 힘들게 작업했겠구나 생각했었어요. 많이 힘들었죠?

- 그렇죠 뭐, 아마 제가 방문한 여관만 해도 100여 곳이 넘을 거예요. 사실 누가 여관을 찍도록 해주겠어요. 정말 깡(?)으로 작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촬영시 전시 도록을 보여주고 작업에 대해 설명을 해도 여관 주인들이 <정말 멀쩡하게 생긴 처녀가 이상한 걸 찍고 다닌다>고 하면서 거절할 때가 많았죠.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이런 공간을 찍는다는 것이 더 힘들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아무래도 남성이 훨씬 더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라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 그래서 찍기가 더 힘들었죠. 여관 주인들의 편견도 있었고 우리 사회의 편향된 시선도 문제가 있는 거죠. 사실 우리는 여관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촬영시 장비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 항상 똑같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중형 핫셀브라드, 그리고 35mm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준비했으며 때로는 4×5 inch 필드 카메라를 가져가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곳의 분위기에 따라 카메라를 바꿔 사용했으며 사진 선택도 마찬가지로 공간에 따라 골라 이번에 전시를 하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이번 전시에는 35mm와 중형카메라로 찍은 것을 전시했습니다.

촬영은 언제부터 했나요?

- 99년도부터 시작했습니다.여관 촬영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 제 전시 책자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개인적,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여관에서 지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꼈던 경험과 감정들이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 때 아주 ‘미묘한’ 공간감을 느꼈는데 마치 홀로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직 젊으신 것 같은데 경험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 저는 세상을 열정적으로 살기를 원해요.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말이죠. 옷장사도 해 보았고 현상소도 해 보았어요. 물론 학교 다닐 때 운동(?)도 좀 했구요.

현상소요?

- 예~ 시바크롬 현상소라고 들어 보셨을 거예요. 아시는 분과 같이 시작했는데 의욕만큼 잘 안됐어요.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현상소를 했던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사진은 촬영도 중요하지만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시작한 거였죠.

지금은 뭘 하시는지?

- 지금은 사진만 해요. 사진으로 일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개인 작업도 하고. 행복해요. 사진을 한다는게…

예~ 다시 이번 작업에 대해 여쭤 볼께요. 사진을 자세히 보면 몇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좀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 맞아요. 사진을 보면 공간 조성에 관한 부분과 서술적 상황, 문화적 상황들로 나눠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관이라는 공간이 지역에 따라, 성격에 따라 유형별로 나누어지는 것도 발견할 수 있어요.

미아리에서 찍은 제 사진 중에 만리장성이 나오는 게 있는데 그 공간을 보면 아주 독특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침대 옆에 붙어 있는 만리 장성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남녀가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것을 연상하여 여관에 저런 사진이 붙어 있구나 하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저는 그것을 본 것이 아니라 배경의 만리 장성은 동양적 분위기로 특히 중국의 냄새가 나고, 그리고 침대는 바로크 타입의 서양식, 그리고 이불은 전통적 한국 이불… 이런게 한 공간에서 어우러진다는게 저에겐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예 그러고 보니 그렇게도 보이네요.

- 그리고 인테리어를 보통 여관 주인들이 하는데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적 성격은 상상을 초월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관은 공간적 상황보다 개인적 경험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우리가 인테리어를 자세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죠.

도록에 나와있는 내용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는데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적 / 시간적인 공간성을 감각적. 시각화하고, 이런 공간에 대한 조건들이 ‘장소-특수성<site-specificity>’을 하나의 ’상황-구체성<situation-concreteness>’으로 넓혀서 ‘당신이 보는 것이 보는 것이다’라는 ‘수용상황’을 이미지로 강조하고 싶다.“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신다면?“

- 사람들은 여관 사진 전시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장소에 대한 특수성<여관>을 인식한 후에 이미지가 어떨까를 생각할텐데… 가령 남, 여가 잠자고 있는 여관일까? 아니면 누드가 있는 여관일까? 내지는 달력에 있는 야릇한 포즈를 하고 있는 사진일까? 등등 잡다한 생각을 하고 올 거라는 생각에…그래서, 작가가 생각하는 여관의 모습이나 보는 이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여관의 모습보다는 사진 안에 들어 있는 공간감만으로 읽히길 원했다는 것이죠. ‘이미지만으로 이해하고, 이야기하죠’ 그런 의미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죠.

앞으로의 작업은 또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 궁금하군요.

- 저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공간을 꾸미는 것도 좋아하구요. 그래서 아마도 앞으로도 공간에 대한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전시 일정 : 2002년 6월 12(수)부터 ~ 6월 18일(화)까지

◎ 전시 장소 : 갤러리 라메르

◎ 문의 전화 : 02-730-5454

 

▣ 여관에 대한 여러 글들 (도록에서 발췌)

<에니메이션 촬영기사>

-인과

-계를

<작업 전문가>

제1단계 : 입구까지 왔는데‘ “괜찮겠지?” 묻는 것은 바보 행위다.

제2단계 : 방 선택하기 “조용한 방 주세요!” 구석진 방을 얻어 심리적 안정을 취한다.

제3단계 : 방 점검하기 “둘만의 아늑한 분위기 ㅋㅋ 좋쿤!”

제4단계 : 하기

제5단계 : 나가기

연속동작으로 알아보자! 온다~ 들어온다~ 한다~ 나간다~ 아싸아~~

<사진 전공>

내가 갔던 여관은 시골의 허름하고 작은 곳이었다.

방에 들어서는 습관 ‘어딘가에 카메라가 있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앞선다.

분위기를 잡을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낭만도 없었다.

오로지 카메라의 두려운 시선만 느껴질 뿐이다.

이상한 짓 안 하기, 나쁜 짓 안 하기, 이쁜 척 하기, 순수한 척 하기…

나도 모르게 나는 연기를 하고 있다… 보이지도 않는 카메라 앞에서…

우습다!

<서양화 전공>

거울, TV, 냉장고, 수건, 비디오, 빨간 등, 휴지, 휴지통, 콘돔, 드라이기, 빗, 로션, 무스, 에어콘, 칫솔, 치약, 면도기, 비누, 삼푸, 커튼, Channel3, 침대

<조소 전공>

여관…미아리엔 여관이 참 많아요.

왜 많을까…

다양한 사람들이 여관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낮에 보면 그 동네는 죽어 있는 것 같아요.

밤에… 밤만 되면 다시 꿈틀 꿈틀 살아나는 여관 동네…

그리고 여관은 모여 있는 서울 여관 동네보단 드문드문 있는 지방

여관들이 더 시설이 좋은 것 같아요.

돈… 몇 만원이면 내 공간을 살 수 있는 곳…

반납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그 공간은 다 재활용 가능… 단 칫솔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