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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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2011.12.22 - 2012.01.15 
정미소갤러리

오늘 김정일의 사망소식이 전세계에 보도되었다. 한 사람의 사망사건 때문에 언론사, 지식인, 일반일등의 다양성과 계층을 막론하고 이를 둘러싼 각종 시사적이고, 사회적인 내용들이 제각기 다른 옷을 입고 시민들에게 보도, 전달 될 것이다. 한가지의 이슈를 두고 각종 언론사들은 모두 다른 관점을 가지고 해석하고 분석해 낸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그 보도내역들을 무 비판적으로 접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러한 수집된 상황자체들을 놓고 분석해 나가며 전문적인 견해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라디오와TV를 통해 접하게 된 세상의 크고, 작은 보도내역들은 일방적으로 사람들이게 전달되었고, 그 이후에 이를 받아 들이는 계층들의 대답은 그저 오프라인의 커뮤니티를 통해서만 활발히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 이후, 사건사고를 전달하고 수용하는 방식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기에 한가지의 보도 이슈를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견해를 접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보도 낸 내역 이외의 다른 통로를 통해 보도내역을 바탕으로 파생되는 여러 파급효과들을 흡수하기도 하고, 다시 또 다른 내용들을 재생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술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보도내역들은 어떠한가? 어떠한 방식으로 사건들을 접하고, 어떻게 예술을 통해 드러내는가? 바로 이 부분이 사건의 재구성전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김재범은 보도된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진작업을 진행시킨다. 조두순 사건을 화두로 하여 제작한<Let’s wait and see>는 2011년 6월을 시작으로 성범죄자 알림-e 시스템에 등재된 성 범죄자들의 얼굴을 수집하여 모자이크 모양으로 배열시킨 뒤, 그 위에 조두순 사건 장면을 오버랩하여 완성된 사진이다. 이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 보도이미지 자체 위에 그 사건에서 파생되고 연루된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재 조합시킨 행위다. 이를 통해 사건 자체의 현재성과 동시에 그 사건과 관련된 상황들과 전개 될 법한 장면들을 연출하여 사건의 폭력성보다는 그 사건이 가지고 있는 사건의 빌미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보도내역에서 비롯된 이미지는 아니지만, 실제로 어떠한 사건이 연출되었다는 전제를 테제로 사진결과물을 제작해 내는 이은종은 다양한 장소특정적인 공간을 탐색하여 그 공간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적, 공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그 상황들을 자신이 설정해 놓은 코드로 다시금 탈 맥락화 시킨다. 그렇기에 기존에 일반적으로 통용되었던 공간의 기능은 상실된다. 2002년 여관이라는 공간을 시작으로 이 작업의 맥락은 작업실, 모텔, 미술관으로 연결되었으며, 이번에 전시되는 섹션은 미술관 프로젝트로, 이는 미술의 거대담론의 중심인 미술관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무너뜨리고, 재 탐색하면서 연출된 다양한 장면을 선보인다.

은밀하면서도 폭력적인 사적 공간을 재현하는 임선영은 그 공간에서 막 어떠한 사건이 벌어진 것 같은 징후를 남기는 연출장면을 사진에 담아낸다. 깨끗한 카펫에 죽어있는 토끼와 핏자국, TV앞에 깨져 있는 작은 화분 등의 사진들은 분명 어떠한 불길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혹은 벌어진 상황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Home 작업의 연결, 확장 작업으로 집의 안과 밖의 모습을 전시장에 마치 세트장처럼 재현했다. 박제된 뿔과 겨울에 촬영한 앙상한 나뭇가지사진으로 밖의 장면을 TV와 깨진 화분과 커튼은 집의 내부로 상정한다. 이렇게 꾸려진 집의 안과 밖의 세트장에서는 오늘도 새로운 사진을 위한 촬영이 시작된다.

임선영의 사진에서 사건일 일어나기 이전의 징후를 엿볼 수 있다면 하태범은 인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끔찍한 각종의 보도사건들로 파생된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폐허가 된 현장공간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의 최근 작품<WHITE 2008~2011>시리즈에서 일관된 시간성은 모든 현상의 마지막 단계이다. 따라서 그 화면에는 폐허의 공허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으며, 쓸쓸하고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그렇기에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들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는 이제 더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폐허와 공허로 가득 찬 사진의 현장성을 구축한다. 이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다양한 사건과 사고의 장면을 작은 모형으로 제작하고, 그 공간을 메우는 오브제들을 하얗게 탈색시킨다. 사진을 완성하기 위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재 공간성의 문제를 덮어버리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실제의 상황들을 자신만의 색으로 드러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시사적인 보도내역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 사건의 이야기와 그와는 대조적으로 각자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소한 사건들까지, 이 모두가 우리의 인생을 메우고 있는 소재거리이다. 어쩌면 별일 아닌 것 같이 여겨지는 세세한 것들이 예술가의 시각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거대하게 확대되어 보여줄 수 도 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상황을 모두가 접하더라도, 순간 우리가 잊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크든 작든 우리는 항상 어떠한 특정 사고,사건과 마주한다. 또 그러한 사건들은 기억 속에 잊혀지기도 하고, 또 해결되어 버리고 끝을 맺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단지 그것을 대처하는 방법적인 것과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올 한 해 마무리를 앞두고 이 전시가 의미가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길기도 했던 한 해 동안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건의 재구성전의4인의 작가 분들의 작업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사건들이 어떻게 해석되고 바라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새로운 시점을 얻어감과 동시에 개개인들의 올 한 해의 여러 사건들의 상황들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은주

N #0615 Project 2009

N #0615 Project 2009, Pigment Print, 150cm x 180cm

S #0616 Project 2009

S #0616 Project 2009, Pigment Print, 150cm x 180cm

H #0410 Project 2009

H #0410 Project 2009, Pigment Print, 150cm x 180cm

G #1019 Project 2009, Pigment Print, 150cm x 1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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